네 가지 약재를 우린 차에 유산균을 더하면, 장 속 미생물이 반기는 한 잔이 된다
[음식한방] 발효 사물차 · 한방조아
발효는 오래된 것을 새롭게 만드는 마법이다. 우유가 요구르트가 되고, 배추가 김치가 되고, 콩이 된장이 되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은 재료를 잘게 나누고 새로운 풍미와 이로움을 빚어낸다. 그렇다면 오래된 약재를 우린 차에도 이 마법을 걸 수 있을까. 요즘 조용히 시도되는 것이 바로 ‘발효 사물차’다.
사물차, 네 가지 약재의 오랜 조합
사물차는 네 가지 약재—숙지황, 당귀, 천궁, 백작약—를 우려낸 차다. ‘사물(四物)’, 곧 ‘네 가지 재료’라는 이름 그대로다. 이 조합은 예로부터 기혈을 다스리는 약재로 여겨져, 특히 여성을 위한 약재차로 즐겨 쓰였다고 전해진다. 붉고 진한 빛깔에 은은한 단맛과 쌉싸름함이 감도는 것이 특징이다.
네 가지를 잠깐 들여다보면 이렇다. 숙지황은 지황의 뿌리를 여러 번 쪄서 말린 것으로 차의 깊은 단맛과 색을 낸다. 당귀는 특유의 향으로 잘 알려진 뿌리약재이고, 천궁 역시 향이 강한 뿌리다. 백작약은 작약의 뿌리로 은은한 신맛과 부드러움을 더한다. 넷이 어우러지면 한 잔의 차로도 제법 묵직한 풍미가 난다.
(이 글은 예로부터 전해오는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으로, 특정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효과를 주장하지 않는다. 자세한 유의사항은 글 끝에 밝혀 둔다.)
왜 굳이 발효를 시킬까
그냥 우려 마셔도 되는 차를, 왜 굳이 발효까지 시킬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발효를 거치면 성분이 더 잘게 분해된다. 미생물이 재료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큰 분자들이 작은 조각으로 쪼개지고, 그만큼 소화와 흡수가 수월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약재를 유산균으로 발효해 흡수를 돕는 방법은 특허로도 나와 있을 만큼 연구되어 온 분야다.[1]
둘째, 그리고 이것이 요즘 발효차가 주목받는 진짜 이유인데—발효는 ‘장 속 미생물’과 이어진다. 우리 장에는 수십조 마리의 미생물이 살며 건강에 깊이 관여한다. 유산균으로 발효한 음료에는 유익균과 그 대사산물이 담기고, 이는 장내 환경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지점이다. 오래된 약재차가 ‘장을 생각하는 한 잔’으로 다시 태어나는 셈이다.
발효를 시키는 건 ‘균’이지 다른 무엇이 아니다
한 가지 짚어둘 것이 있다. 발효를 일으키는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미생물, 그중에서도 유산균이다. 시중에는 ‘효소’나 ‘코엔자임’ 같은 말이 발효와 뒤섞여 쓰이곤 하지만, 효소나 코엔자임은 몸속 화학 반응을 돕는 물질일 뿐 스스로 재료를 발효시키지는 못한다.[2] 발효 사물차를 만들려면 살아 있는 유산균이 있어야 한다. 이 점만 분명히 해두면, 나머지는 어렵지 않다.
집에서 만드는 발효 사물차
준비물은 단출하다. 사물차 약재와 유산균의 먹이가 될 약간의 당분, 그리고 시판 유산균 분말이면 된다.
재료 (약 1L 기준)
- 숙지황·당귀·천궁·백작약 각 6g
- 물 1.2L
- 올리고당(또는 꿀·설탕) 50g — 발효 먹이용
- 시판 유산균 분말(락토바실러스 플란타럼 등) 2포
만드는 법
- 달이기 — 약재를 가볍게 헹궈 냄비에 담고 물을 부어, 끓으면 중약불로 30~60분 달여 약 1L의 진한 약액을 만든다. (시판 사물차 티백이나 농축액을 물에 풀어 대체해도 된다.)
- 살균 후 식히기 — 약액을 한 번 더 팔팔 끓여(90℃ 이상) 잡균을 없앤 뒤, 25~35℃로 충분히 식힌다. 뜨거울 때 유산균을 넣으면 균이 죽어 발효가 되지 않는다.
- 먹이 넣기 — 식힌 약액에 올리고당을 녹여 넣는다. 유산균이 발효할 먹이가 된다.
- 유산균 접종 — 유산균 분말을 넣고 열탕 소독한 유리나 스테인리스 도구로 고루 젓는다. (나무 도구는 잡균이 남기 쉬워 피한다.)
- 발효 — 소독한 유리병에 담아 뚜껑을 덮고, 25~37℃ 되는 곳에 1~3일 둔다. 은은한 신맛이 돌고 향이 부드러워지면 완성이다.[3]
- 보관·음용 — 완성되면 냉장 보관하고 2~3일 안에 마신다. 처음에는 하루 반 컵 정도 소량부터 시작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이다. 곰팡이가 피거나 이상한 냄새·색이 보이면, 아깝더라도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마시기 전에 짚어둘 것
몸에 좋다고 누구에게나 맞는 것은 아니다. 사물차를 이루는 약재들은 성질이 뚜렷해, 임신 중이거나 출혈 경향이 있는 경우, 항응고제(와파린 등)를 복용 중인 경우, 소화가 약하고 설사가 잦은 경우, 감기나 급성 염증이 있을 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약재는 체질과 상태에 따라 득이 되기도 실이 되기도 하므로, 꾸준히 마실 생각이라면 한의사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시간과 미생물에게 맡기는 한 잔
발효는 서두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재료를 준비해 두면, 나머지는 미생물이 시간을 들여 해낸다. 오래된 약재를 우리고, 거기에 유산균을 더해 며칠을 기다리는 일. 그 끝에 남는 것은 장 속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에게 건네는, 조금 특별한 한 잔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몸의 뿌리인 장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만나는 자리에, 발효 사물차가 있다.
참고 자료 및 각주
아래는 본문에 참고한 자료다. 이 기사는 만드는 방법과 배경 정보를 담은 것으로, 특정 질병의 예방·치료 효과를 주장하지 않는다. 사물차에 쓰인 약재의 전통적 쓰임은 옛 문헌·구전에 근거한 것으로, 사람 대상 임상시험으로 입증된 효능이 아니다.
- 한약재(감초·황기·당귀 등)를 달여 유산균으로 발효한 추출물 및 그 제조방법에 관한 공개특허(KR20110118911A). 해당 특허는 발효를 통해 성분 흡수를 돕고 장내 유익균 증식·장 면역과 연결짓는다. 자료 유형: 특허.
- 발효는 미생물(유산균·효모 등)이 탄수화물을 이용해 알코올·유기산 등을 만들어 내는 현상이며, 코엔자임(조효소)은 효소가 기능하도록 돕는 유기물로 코엔자임 Q10 역시 그런 조효소이자 항산화 성분이다(발효식품 교육자료 및 MSD 매뉴얼 등 의학 정보). 즉 효소·코엔자임은 발효를 ‘일으키는’ 미생물과 역할이 다르다. 자료 유형: 일반 교육·의학 정보.
- 유산균 발효음료의 일반적 제조 절차 참고 — 원료를 90~100℃로 살균한 뒤 20~30℃로 냉각하고,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럼 등 유산 균주를 접종해 24~26℃에서 3~6일 숙성시킨다(유산균 발효음료 제조방법 특허). 가정에서의 유산균 발효 적정 온도는 균주에 따라 대략 22~37℃로 차이가 있다. 자료 유형: 특허·발효 실용 자료.
※ 위 자료의 서지사항(특허번호·게재지·상태 등)은 게재 직전 원문에서 한 번 더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 이 기사는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자 만드는 방법 안내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질병의 예방·치료를 주장하지 않습니다. 사물차에 쓰이는 약재는 체질과 건강 상태에 따라 적합성이 다르므로, 지속적으로 드실 경우 한의사 등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임신 중이거나 특정 질환이 있거나 약을 복용 중이라면 특히 주의하세요. 집에서 만든 발효물은 위생과 보관에 각별히 신경 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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