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10주밖에 안 남은 ‘장군(將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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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기(創基) 150주년 홋카이도대학 약초원에서 만난 2,000년 된 한방의 뿌리

한방조아 취재팀 · 2026.06 · 홋카이도 삿포로 현장 취재 · 홋카이도대학 약학부 취재 협조

▲ 홋카이도대학 캠퍼스. 초록빛 가로수 사이로 약학부(School of Pharmaceutical Sciences)와 생명과학원 안내판이 보인다. 사진 = 한방조아 취재팀

▲ 약학부 건물 유리문의 ‘150th HOKKAIDO UNIVERSITY’. 1876년 삿포로농학교 이래 창기 150주년을 맞아 연구 시설을 일반에 공개했다. 사진 = 한방조아 취재팀

2026년, 홋카이도대학이 창기(創基) 150주년을 맞았다. 1876년 삿포로농학교로 출발한 이래 한 세기 반.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의 일환으로, 평소 연구 목적으로만 운영되던 시설들이 일반에 공개됐다. 약학부 부속 약용식물원도 그중 하나였다.

한방조아 취재팀은 홋카이도대학 약학부에 취재 협조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낸 뒤, 삿포로 캠퍼스를 찾았다. 약학부 건물 바로 옆, 6,272㎡의 약용식물원. 162과 1,246종의 약용식물이 살고 있는 이 정원에서, 기자는 거의 멸절된 한 식물 앞에 섰다.

북해대황(北海大黄). 학명 Rheum palmatum L. 마디풀과.

▲ 홋카이도대학 약용식물원의 북해대황. 높이 2m에 육박하는 꽃대 위로 붉은 날개 달린 열매가 빽빽이 달려 있다. 뒤로 약초원의 온실이 보인다. 일본 전체에 약 12주밖에 남지 않은 희귀 약용식물이다. 사진 = 한방조아 취재팀 (2026.06)

높이 2미터에 육박하는 꽃대 위로, 붉은 날개 달린 열매가 빽빽이 달려 있었다. 그 아래로 직경 50cm가 넘는 거대한 손바닥 모양의 잎이 땅을 덮고 있었다. 학명의 ‘palmatum’이 ‘손바닥’이라는 뜻인데, 보는 순간 납득이 갔다.

멸절 위기에서 되살린 100년의 역사

▲ 약초원 울타리에 걸린 안내판 「희소한 약용식물 홋카이다이오우」. 1927년 독일 뮌헨에서 도입된 이래 거의 100년간의 역사가 연표로 기록되어 있다. 사진 = 한방조아 취재팀

안내판의 연표가 이 식물의 운명을 말해주고 있었다. 1927~28년, 도야마약학전문학교의 다카하시 류조 교수가 독일 뮌헨 식물원에서 종자를 입수해 홋카이도대학 식물원에 도입한 것이 시작이었다. 1961년 7월, “북해대황”이라는 이름이 공식 명명됐고, 같은 해 11월 묘목은 2,200주까지 늘었다.

그런데 안내판 맨 아래 줄이 충격적이었다. 2018년 기준, 홋카이도대학 약초원 10주, 히노키신약 농원 2주. 합계 약 12주. 2,200주에서 12주로. 안내판 제목의 ‘희소한 약용식물’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다.

대황속(Rheum) 식물은 타가수분성이 강해 종간잡종이 쉽게 생기기 때문에 순수 계통을 유지하려면 포기나누기(영양증식)로만 번식시켜야 한다. 홋카이도대학 약학부는 거의 100년간 이 까다로운 방식으로 순수 종을 지켜왔다. 일본 국내 재배 계통은 이 ‘북해대황’과 다케다약품공업의 ‘신슈대황’ 두 가지뿐이다.

한 생약의 원종을 한 세기 가까이 지켜온 이 약초원은,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살아있는 약학 박물관이다. 그리고 그 약초원이 속한 홋카이도대학이 올해 150주년을 맞았다는 것은, 이 보존의 역사가 대학 전체 역사의 3분의 2에 해당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황 — 2,000년 된 ‘장군’의 약식동원 가치

대황은 동서양 모두에서 가장 오래된 약재 중 하나다. 중국에서는 전국시대의 ‘산해경’에 이미 기재되었고, 유럽에서는 서기 77년 디오스코리데스의 ‘그리스 본초’에 기록되었다. 일본에는 나라시대 정창원(正倉院)에 보존된 기록이 있다.

신농본초경은 대황의 약효가 너무 강해 ‘장군(將軍)’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주요 성분인 센노사이드(sennoside)는 장 운동을 촉진하는 완하(緩下) 작용으로, 현재도 일본약국방에 수재돼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몸에 순한 생약 변비약”으로 일반 의약품에도 들어가며, 동양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생약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대황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으나, 국제 시장 여건 변화로 수입 대황의 품질 저하가 현저해지면서 일본 국내 생산 요망이 높아지고 있다. 홋카이도의 한랭한 기후가 원산지(중국 사천성·청해성 표고 3,000~4,000m 고원)와 유사하기 때문에 재배 적지로 주목받고 있다. 북해대황의 원종 보존은 단순한 학술적 가치를 넘어, 약용자원 자급이라는 산업적 과제와도 직결된다.

홋카이도대학과 한국 농학의 인연

150년 역사의 이 대학에는 한국인으로서 잊어서는 안 될 인연이 있다.

1936년 4월 14일, 임호식이 홋카이도제국대학(현 홋카이도대학)에서 한국인 최초의 농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불과 20일 뒤인 5월 4일, 우장춘이 도쿄제국대학에서 한국인 두 번째 농학 박사가 됐다. 두 사람은 식민지 시대 한국 농학의 쌍벽이었다.

우장춘 박사는 1935년 ‘배추속 식물에 관한 게놈 분석’으로 유채가 배추와 양배추의 자연교잡종임을 밝혀, 세계 최초로 종의 합성 이론(‘우장춘의 삼각형’)을 제시했다. 이는 다윈의 진화론과 멘델의 유전학을 수정하는 세계적 발견이었다. 해방 후 그는 “조선 성씨 ‘우(禹)’를 버리면 승진시켜주겠다”는 회유를 거부하고, 1950년 가족을 일본에 남긴 채 홀로 귀국하여 한국 농업 발전의 기틀을 다졌다.

한편, 홋카이도제국대학 농학부 출신인 키하라 히토시(木原均) 교수는 씨 없는 수박을 최초로 개발한 인물이다. 우장춘 박사는 이 기술을 한국에 처음 소개하며 육종학의 가능성을 국민에게 알렸다. 홋카이도대학이 키운 학문적 토양이, 한국 농업 근대화의 씨앗과 닿아 있었던 셈이다.

약초원을 나오며

▲ 약초원 내 북해대황 재배구획. ‘Rhubarb (Hokkai-Daio)’ 명패 뒤로 정성스럽게 정비된 흙밭이 이어진다. 오른쪽에 새로 자라나는 대황 잎이, 뒤편으로 꽃대가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멸절 위기의 식물을 되살리는 조용한 현장이다. 사진 = 한방조아 취재팀

초록빛 가로수가 만든 터널을 걸으며 생각했다. 150년 전 삿포로농학교로 시작한 이 대학의 약초원에서 거의 100년간 지켜온 북해대황 10주와, 같은 캠퍼스에서 한국인 최초의 농학 박사가 탄생한 역사가 같은 땅 위에 있다. 약용식물의 보존과 육종학의 혁신이라는 두 줄기가, 약식동원과 종의 합성이라는 이름으로 이 한랭한 섬에서 조용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약용식물원은 매년 1회 원장인 와키모토 토시유키 교수의 가이드 투어가 딸린 일반공개 행사를 연다. 평상시에도 10월 말까지 평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개원하여 일반인이 자유롭게 견학할 수 있다. 올해는 창기 1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일반공개의 폭이 넓어져, 평소보다 많은 방문객이 이 ‘살아있는 약학 박물관’을 만났다.

올 여름, 홋카이도를 여행하신다면 삿포로 캠퍼스 안의 약용식물원을 들러보시길 권한다. 2,000년 된 ‘장군’을 만나고, 한국 농학의 뿌리가 시작된 곳을 걸어보는 것. 창기 150주년의 캠퍼스 위에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

참고자료

홋카이도대학 약학부 약용식물원 안내판 「희소한 약용식물 홋카이다이오우」 (현장 확인, 2026.06)

홋카이도대학 창기 150주년 기념 특설 사이트 (150th.hokudai.ac.jp)

홋카이도대학 약학부·대학원 약학연구원 공식 사이트, 약초원 소개 (pharm.hokudai.ac.jp)

홋카이도대학 리서치 타임즈, 「薬学部附属薬用植物園で一般公開を実施」

일본약학회, 「ショウヨウダイオウ Rheum palmatum LINN.」, 2023

한국농어민신문, 「우장춘 박사와 농업과학기술 발전사 바로 알리기」, 2022.03

Sciencetimes, 「우장춘 박사에 대한 진실 혹은 오해」

고등과학원 HORIZON, 「1936년 우장춘, 감격의 도쿄제국대학 박사학위 취득」, 2024

※ 이 기사에서 약용식물의 효능에 관한 서술은 문헌에 기록된 전통적 용법이며, 의학적 처방이 아닙니다. 대황은 강한 사하(瀉下) 작용이 있으므로 함부로 복용하지 마시고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십시오.

※ 우장춘 박사에 관한 서술은 복수의 학술 자료에서 확인된 사실에 근거하며, 일부 통념과 다른 내용(씨 없는 수박 최초 개발자가 아닌 점, 홋카이도대학이 아닌 도쿄제국대학 출신인 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방조아 · HANBANGJOA · 헤리티지 × 루트 · 홋카이도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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